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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사(41) 고교학점제 연착륙을 위한 과제
작성자 : 해커스 임용 등록일 : 2018-12-06 조회수 : 10 주소복사

 

 

교육시사 읽기(41) - 고교학점제 연착륙을 위한 과제

 

 

고교 학생들이 학교로부터 무엇을 기대하고 바라는 것일까? 비록 이러한 질문이 우문이 아니길 바라면서 아마도 학생들은 ‘학교 공부가 내 삶에 유용했으면 좋겠어’, ‘내가 배우고 싶은 과목을 배우고 싶어’, ‘수업이 재미있으면 좋겠어’, ‘입시에서 자유롭고 싶어’, ‘그래도 대학은 진학해야지’라는 가정을 해본다. 그러나 현실의 고교 교육은 그렇지 않다. 최근 고교 교육 담론의 키워드는 ‘학생의 적성·진로에 맞는 과목 선택권의 확대’, ‘학생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 ‘자기주도적 학습’ 등이다. 이러한 키워드는 고교학점제 정책 슬로건으로 작동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교육과정 이수·운영 제도’로 정의되고 있다. 이러한 정의에 비추어 볼 때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학생의 적성·진로·수준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수강한다. 둘째, 수강한 과목이 학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교과별로 정해진 이수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출석 수업 일수가 아닌 교과별 이수 기준 통과를 전제로 하는 졸업에 필요한 최저 학점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하에서는 위와 같은 전제에 토대하여 향후 고교학점제의 추진에서 고려되어야 할 과제를 논의하고자 한다.

 

선택과목 수강(이수) 방식의 다원화

학생이 희망하는 과목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는 고교학점제 실행의 기본 조건이 된다. 이를 위해 단위 학교는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학교 차원에서 다양하게 개설·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교원 수급 및 시설 등의 문제로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단위 학교 차원에서 모두 개설 운영하는 것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과목 이수에 있어서 단위 학교 차원을 넘어서는 다양한 방식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지역사회 학습장에서의 학교 밖 학습경험을 통해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이수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또한 제도화하기가 쉽지는 않다. 이를 위해 공동교육과정이나 지역사회 학습장에서의 학교 밖 학습경험을 어떻게 정규 교육과정과 연계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예컨대 단위/학점을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 것인지, 학생 평가와 기록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유의미한 선택을 위한 기제의 작동

학생의 선택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학생의 선택이 유의미하게 작동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생 스스로 수강하고자 하는 과목을 자신의 적성·진로·수준에 맞게 선택했을 때 우리는 유의미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학생들이 선택한 과목들이 유기적으로 연계·심화되어 선택 과목의 누적적 학습결과는 고교 졸업 이후의 진학·진로에 연계될 때 학생 선택의 유의미성이 배가될 수 있다. 유의미한 선택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학습자가 선택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며, 교사는 학생의 유의미한 선택을 도와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체로 공통 과목의 이수 시기라 할 수 있는 고등학교 1학년 교육과정을 어떻게 편성·운영할 것인지, 학생의 유의미한 선택 역량을 높일 방안이 무엇인지 등에 관한 노력이 필요하다.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구현하기 위해 교사는 학생 개인의 교육과정 설계를 코칭 하는 등 교사의 역할 변화도 동시에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선택 과목이 유기적으로 연계·선택되도록 하기 위해 현행 선택 과목이 수직적·수평적으로 어떻게 분화, 구성되어 학습자들이 적성·진로·수준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는지에 대한 비판적 논의도 필요하다. 최근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학생 개인별 시간표 구성의 유연성 확보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학급 단위의 시간표 작성에서 벗어나 학생 개인별 수업 시간표 구성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개인별로 공강 시간이 발생하게 되고, 다양한 장소에서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 학생들의 졸업에 필요한 이수 단위는 교과 180단위, 창의적 체험활동 24단위를 포함해서 총 204단위이다. 교과 180단위는 필수이수 94단위, 자율편성 86단위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졸업 이수를 위한 204단위가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데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고등학교 학생들은 대체로 주당 34시간 수업을 하는데, 하루 평균 약 7시간 수업을 하며 오후 4시 전후로 일과를 마치게 된다. 여백이 있는 학생 개인별 수업시간표 구성을 위해서는 졸업 이수 단위의 적정화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학생 성장 중심의 평가를 지향

고교학점제는 학습자의 적성·진로·수준에 맞는 개별 맞춤형 교육이라는 점에서 발달적 교육관을 지향하고 있다. 이 점에서 학점제에 부합하는 평가로 절대평가(성취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학점제가 실행하기 위해서는 굳이 절대평가가 반드시 선결 요건이 아니라는 입장도 존재한다. 절대평가는 학생평가의 공정성, 신뢰성, 변별력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점제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절대평가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간 우리의 학생 평가 방식은 절대평가 → 상대평가 → 절대평가로 수차례 변화를 겪었다. 그간 절대평가의 실행으로 인해 지난하게 제기되었던 문제들에 대한 해법은 고교학점제의 단위 학교 정착을 견인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수업과 평가의 연계

수업과 연계된 평가는 특정 과목 수업을 진행한 교사가 평가도 직접 한다는 의미이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될 경우 기존의 대규모 학급 중심의 과목 구성에서 학생이 원하는 과목 중심의 학습 집단이 자연스럽게 구성된다. 전자의 경우 동일한 과목을 여러 명의 교사가 분반하여 가르치고, 평가 활동은 개별 교사의 수업과는 무관하게 평가 결과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동일하게 이루어진다. 즉 수업과 평가의 괴리가 발생된다. 반면 후자의 경우, 개별 교사가 수업을 하고 평가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전자보다 많아질 수 있다. 따라서 후자의 경우 교사가 수업을 하면서 학습자의 학습과정과 결과를 전자보다 심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점이 부각될 수 있다. 이 점에서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라 교사별 평가, 과정 평가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교사별 과정 평가를 통해 학생의 성장 과정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반면, 한편으로 교사별 과정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하고 그것을 고등학교 졸업 이후의 진학·진로에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 또한 존재한다.

 

학습의 질 관리와 학교의 책무성

단위제와 학점제의 기본적인 차이는 교과(목) 이수 기준의 유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교과(목) 이수 기준은 특정 과목의 이수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작동한다고 볼 때, 그 기준은 사전에 설정된 교과(목)별 학점 취득을 위한 최소한의 성취 수준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단위제하에서는 교과(목)의 성취 수준과 무관하게 수업 일수나 수업 시수만 충족하면 졸업을 하게 되어 있어, 교과(목) 학습에 대한 질 관리가 되지 못하였다. 고교학점제하에서는 미리 설정한 성취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학점을 취득하지 못한다. 따라서 고교학점제 실행은 미리 설정한 성취 수준에 근거하여 교과 학습의 질 관리를 꾀할 수 있는 기대효과를 갖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교과 학습의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교과(목) 이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이 필요한 이유이다. 교과별로 동일하게 설정할 것인지, 교과의 성격과 특성을 고려하여 교과별로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한편, 학생이 교과(목) 이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점도 검토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라 파생되는 ‘재이수’, ‘유급제’의 적용과 관련된 것이다. 재이수나 유급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공감은 아직 확산되어 있지 않다. 교육부에서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재이수, 유급제의 적용 시점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따라서 고교학점제하에서 학교는 모든 학생이 최소한의 성취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해진 성취 수준 미도달자에게 재이수나 유급제를 적용하는 것은 일종의 ‘결과적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적 처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지 않은 만큼 교육과정 이수 중에 학생의 학습 과정과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적 처방’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결손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고교학점제가 도입될 경우 학생의 교과 학습에 대한 학교의 책무성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대학입시와의 연계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대학입시와의 연계에 대한 주장은 새삼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간 고등학교 교육은 대학입시에 종속되어 고등학교 교육의 본질이 전도되어 왔다. 학생의 과목 선택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나 대학입시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수능이나 대학입시에서 고등학교에서 이수한 선택과목이 반영되지 않으면 학생들은 실질적으로 수능이나 대학입시의 유·불리를 고려하여 과목을 선택 수강하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선택 교육과정과 대학입시와의 연계 지점은 학생의 고등학교 선택 과목에 대한 이수(학생부), 수능에서 선택 과목의 반영, 대학입시에서 학생 선택 과목의 반영이라는 구도 속에서 파악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서 이수한 모든 과목을 수능이나 대학입시에 지필시험을 통해 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수능은 고등학교 교육과정 이수 정도를 최종적으로 확인(학생부)하고 이를 토대로 대학수학능력의 최소 수준을 확인하는 시험으로 재개념화하는 접근도 필요하다. 대학은 학생이 이수한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학습자의 진로·적성에 부합하는 것인지, 대학에 진학하는 학과의 비전에 맞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관점에서 접근될 필요가 있다.

끝으로, 고교학점제는 학생 자신이 희망하는 과목을 선택·수강하는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학생 개개인의 관심과 성취수준 등을 고려한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취지가 아무리 바람직하다고 하더라고 그 취지가 구현될 수 있는 관련 제도나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으면 그 추진 동력이 힘을 잃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정, 교수학습, 교육평가, 수능 및 대입제도, 교원수급 및 교육시설, 고등학교 교육 체제 등에 관한 정책이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부합되게 유기적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 글 | 이광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고교학점제지원센터장